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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함께

아이와 단 둘이 보낸 무계획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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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그렇지만 우리같이 맞벌이 하는 부부들은 여름 휴가 맞춰가기가 쉬운게 아니다. 각자 회사 사정상 늦게 갈 수도 있고 전에 갈 수 있는 상황이다보니 서로 휴가 맞추어서 가본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올해도 역시 아내는 진행되는 일때문에 일반적인 휴가기간이 아닌 늦은 일정으로 가기로 했고 지난주가 휴가였던 난 홀로 휴가를 보내야 했다. 아! 이제는 혼자가아닌 아이와 함께 보내야 합니다. 늘 그래왔기에 이제는 특별히 아쉬움이 크지는 않지만 올해는 아이가 제법 커서 혼자가아닌 둘이 보내게 되었다. 진정한 휴가는 육체와 정신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해줘야 하겠지만 아직어린 아이가 있어 큰 기대는 안했다. 때마침 민간 어린이집이어서 아이들 방학기간이기도 하기에 꼼짝없이 아이와 보내야 하는 휴가가 되었다. 평소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 했기에 이번 기회에 아빠의 사랑을 충분히 줘야 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현실이 마음먹은대로 될 지는 나 자신도 확신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막연히 시작된 아이와의 휴가는 녹록치 않았다. 평소 아이와 주말에 잠시, 혹은 평일저녁 시간을보낼때는 충분히 계획을 세워 행동했는데 이번 아이와의 휴가는 무계획이었다. 휴가시작 전날까지 회사일이 많이 바쁘기도 했지만 날씨가 더워 아이와 단 둘이 장거리 여행은 무리였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휴가 첫 날 아침부터 아이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침마다 등원하던 어린이집에 가지않고 응석 다 받아주는 아빠가 눈 앞에있으니 아이는 바람빠지는 풍선처럼 이리튀고 저리튀기 시작했고 청개구리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말도 듣지않는 아이와의 아침은 지금 글을 쓰는 쾌적한 사무실에서 생각하면 머언 추억처럼 느껴질 정도로 딴세상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휴가... 엄마라도 같이 있으면 큰 수영장이라도 가겠건만 그러지 못하니 베란다에서 욕조에 물이라도 받아 물놀이를 시켰다. 몇일전 사준 물총을 가지고 사촌언니와 함께 시작된 휴가 첫날. 둘이 붙어있으니 잘 놀다가도 툭하면 싸우는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싸움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 어릴적에나 보아오던 저 빨간 플라스틱통!! 어머니가 김장할때 쓰시던 저 빨간통!!. 아직 가정에서이용하는 튜브를 사지못해 대충 집에있는 통을 가져다가 물채워줬는데 좋아라하는 모습이 조금은 안되보이기도 하지만 통이 중요하겠는가 물놀이를 하게 해준 아빠의 생각이면 되지 않겠나..

 

 

그렇게 싸우고 말리고 먹이고 재우고 하다보니 어느덧 하루가 지나가고 난 영화라도 한편 보려다가 그만 아이와 함께 잠이 들고 말았다. 아이를 재우고 맥주한잔이라도 해야겠다는 아침부터의 생각은 온데간데 없이 기절하고 말았다. 그렇게 이틀째 휴가 아침을 맞이했다. 역시 부시시한 아침에 나와 아이. 아내는 시원한 사무실로 갔다. 더위는 한층 더 덥게 느껴지는 아침. 놀이터라도 가볼까 하고 아이와 간 단지내 놀이터는 파리 한마리도 없다. 역시 여긴 아니란 생각에 바로 아이와 함께 시원한 놀이시설로 향했다.

 

 

 

역시 시원한 놀이동산에 오니 아이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좋다고 난리다. 아니 동네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더니 다들 여기 와있었나 싶을정도로 아이들이 많다. 그 틈속으로 아이는 뛰어다니며 놀기 시작했고 나 역시 아이가 잘 노는 모습을 보니 아이에대한 나 자신의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가시는 듯 했다. 한편으로는 이제 30개월 조금넘은 아이에게 이렇게 해줄게 없나..싶기도하고 내가 준비를 못한 것이 아쉬웠다. 멀리 여행이라도 가지 못하면 아이와 함께 참여하는 많은 것들이 있을텐데 나름 아이와 잘 놀아준다고 자부했건만 막상 아이와 지내다보니 부족한 아빠의 모습이 마구마구 들어나고야 말았다. 이제 점점더 크게되면 해줘야 할 것이 만을텐데 이러한 자세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휴가내내 들었다.

 

 

 

열번 백번 듣는것보다 한번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좋다. 이곳은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인데 평소 경찰차,소방차,구급차에 한참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던 율이는 실제 타보고 만저보고 하더니 신기함을 감추지 못 했다. 책에서 이것저것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는 많은 관심을 보인다. 아빠나엄마가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포장된 것이기에 실제 아이가 현장에서 보고 느끼게되면 더 좋을것이다. 그러나 책에서 관심을 보였던 아이가 오히려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들도 많다. 아마도 아이는 그 순간 책에서 보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때 부모는 아이의 관심이 어디있는지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경험이 중요하고 부모는 관찰자로서 아이의 성향을 파악 할 수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휴가기간은 하루하루 잘도 간다. 이렇게 놀아준 아빠를 아이는 기억할까. 못해도좋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물론 아이도 좋겠지만 말이다. 얼마전 쓴글에 연령별 휴가보내는 성향에대해 글을 올린적이있었다. 앞으로 내 아이도 커가면서 여러가지 다양한 방학동안의 경험을 하겠지만 가족과의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 또한 중요한것이라 생각한다. 평소에는 학원,학교,친구들과의 관계등 여러가지 짜여진 시간과 틀에 얽매여 생활 하겠지만 방학만큼은 소중한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적인 면에서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고 하고싶은 것을 찾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곧 방학 아닌가. 그것또한 충분한 기회와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 아닐까 한다.

비록 아직 어린 아이와의 짧은 여름 휴가를 보냈지만 아빠와의 시간을 좀더 가졌다는데 의의가 있을것으로 보고 난 만족한 휴가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좀더 계획을 세워 좌충우돌 하지않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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