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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함께

3살 아이의 사회적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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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더워도 시간은 가고 어느덧 8월 중순으로 접어들었다. 지긋지긋한 더위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더웠었나?라는 생각이 들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덥다. 그 더위를 피하러 아내와 딸은 열차에 몸을 싣고 멀리 부산 친정으로 가버렸다.  집에 들어가면 항상 시끌벅적 했거늘 이제는 조용하다 못해 정적이 흐른다. 남들은 좋겠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썩 좋지 못하다. 챙겨주는 사람 없어서 그래?가 아니다. 과거 아이가 없을때에 매년 3개월정도를 혼야 보내야 했었다. 이유는 아내가 출장을 간 이유였다. 그렇게 한 5년여를 지냈더니 이제는 아무이유없이 그 생활이 싫어졌다. 그렇게 훌쩍 떠난 빈 자리를 느껴볼 새도없이 더위는 한층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모녀가 기차에서 보내온 사진으로 보고싶은 딸의 모습을 보며 하루하루 지내고있다. 딸바보 아니라고 할까봐 매일 재워주면서 옛날이야기가 벌써 그립다. 결혼 한 여자라면 '친정'이라는 소리만 들으면 괜히 들뜨고 기분이 좋아지듯 아내역시 몇일 전부터 트렁크에 짐도 챙겨넣고 그곳에서 해야할 계회도 세우고(지켜진게 별로없지만) 옷도 장만하고 부산스러웠다. 이 날씨에 아이데리고 부산까지 가는게 쉽지만을 안을터인데 힘든 기색이 없다. 그리고 친정이 좋은가 보다.

 

 

 

아내와 딸이 내려간다는 소식에 장인 장모님역시 하루하루를 손꼽아 기다리셨을 것이다. 손녀오면 줄 음식,옷,놀러갈 계획등등 더워도 마냥 기분이 좋을 셨을듯 싶다. 그렇게 기다리던 손녀가 온다는데 열일 제쳐두고 장인어른은 한걸음에 구포역으로 나오셨다. 애타게 기다린 외할아버지의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은율이 역시 할아버지 품에 안겨 한껏 웃어 주었다. 

 

 

 

이번 아내의 부산 방문은 휴가를 보내기 위한 이유도 있었지만 마침 할아버지 제사도 있고 한동안 찾아뵙지 못 했던 큰 집 방문을 하려던 이유도 있었다. 아내의 큰 집은 지리산 밑자라에 위치한 산청이다. 나도 몇번은 가봤지만 참 좋은 곳이다. 집뒤는 지리산 자락이고 앞은 탁 트인 산자락이 보인다. 은율이도 물론 같이 갔고 지금 이곳은 중간 휴계소라고 한다.

 

 

 

이제는 몇집 남지 않은 마을이다. 아이들 목소리는 물론 사람 인기척도 별로 없는 조용한 곳이다. 큰집의 어르신들은 은율이의 방문에 오랜만에 웃음소리가 들릴것이다. 낯선곳이고 또래의 친구들도 없으니 은율이는 심심했던 모양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 외할아버지는 개울가에 가서 다슬기.올챙이를 잡아 주셨나보다. 신기해 하는 은율이는 한 참을 쳐다보고 만져보았다. 

 

 

 

제사날이라 이제 조금씩 사람들이 오고 아내의 사촌오빠들과 아이들이 왔다. 마당에서 동생과도 놀고 언니와도 놀고 이제는 심심하지 않은가 보다. 도심에서 자라고있는 은율이는 그곳에서 산과 물..자연을 한껏 느끼고 있을것이다. 도시에서는 먹지 못 했던 온갖 나물과 반찬들, 낯설지만 거부감없는 산속의 집, 더없이 맑은 공기....

 

 

 

물 이라고는 화장실 세면대에서만 보았던 은율이는 물로 장난을 쳐도 괜찮을 만큼 넓은 수돗가에서 언니 동생과 물장난도 쳤다. 생각 같아서는 여건만 된다면 한달정도 그곳에서 지내게 하고싶다.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시골에 갈 수 있는것만으로 만족 해야 할 것이다. 더이상 바라는 것은 욕심일 것이기에..

 

 

 

처음 보는 언니지만 잘 따라디닌다. 읽싶은 책 읽달라고 해서 언니는 책을 읽어주고있다. 아마도 내가 있었으면 온 땡깡을 부릴게 눈에 선한데 은율이는 의젓하게 잘 지내고있다고한다. 엄마에게 짜증내봤자 돌아오는것은 없으니 말이다. 아이들은 이렇게 낯선곳에서의 생활도 가끔은 해봐야 할것같다. 그래야 사람들사이에서 느끼지 못한 관계와 감정들도 배울것이다. 언니와의 관계 어른들과의 관계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들도 먹어봐야 할 것이다.

 

 

 

아마도 저녁 식사 시간인가 보다. 저 모르는 사람들과 낯선곳에서 먹고 살겠다고 앉아서 주섬주섬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참 웃기기도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 아내의 말은 은율이는 서울에서 먹을때보다 훨씬 잘 먹고있다고 했다. 먹고나서 집밖에서 잘 놀고하니 배고픈것은 당연 했을것이다. 서울에서는 실컷 뛰어 놀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비해 이곳은 어딜가나 운동장이니 그럴것도 하다.

 

 

 

외 할아버지는 은율이가 오면 꼭 한번 계곡에 데려갈 계획을 하고있었다. 난생처음 계곡에 발을 담그는 율이는 겁이 났던가보다.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시원한 지리산 계곡 물을 느껴본 율이는 마냥 좋아했다고 한다.

 

 

 

이 모습은 은율이의 사회적 위치가 어느정도인지 가늠 할 수?있는 사진이 아닌가 싶다. 어뜻보면 경로당 같기도 한 사진속의 모습이다. 과일을 좋아하는 율이는 그 자리가 어떤자리인지,내가 앉아 먹어도 될 자리인지, 그런건 상관없다. 내가 먹고싶은게 있어서 가서 먹었을 뿐이다. 어른들이 뭔가를 질문하면 아는 힘껏 답변해주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알아들을 테니까 말이다.  

 

아직 은율이는 부산에서 지내고있다. 산청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부산으로 온 율이는 여전히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있다. 은율이에게 외가집이 이렇게 있어 아빠로서 참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 앞으로 더 자주 내려가 보겠습니다..장인 장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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