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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초등학생의 조기유학,형 ~ 요즘 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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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요즘 뭐해요?

그저 그렇지. 회사 다녀와서 맥주 한잔에 게임을 하거나 영화 본다.

와 저도 가끔은 그런 생활이 생각날 때가 있어요.

그것도 매일 해봐라. 좋은가. 같이 있을 때가 좋은 거야.

그거야 그렇죠. 조금 외롭기도 하겠어요?

처음에는 조금 그랬는데 이제는 그저 그래. 가끔 무슨 날이면 좀 더 생각나고 그렇지.

담에 집에 한번 놀러 와라 애들하고.

에 알았어요. 형 잘 지내요.

 

정훈아 오랜만이다. 그래 병원은 잘되고?

어 형 그저 그래. 적자않나면 다행이야. 일요일도 출근해야 되고.

그래? 직장 다니는 사람보다 더하냐? 허긴 자기 사업하다 보면 그렇기도 하겠다.

그럼 요즘 어디서 지내?

어머니 집에서 같이 지내.

제수씨하고 애들은 언제 들어오는데?

한 7-8월쯤 들어오기로 했는데 모르겠어.

보고 싶겠다. 너도 너지만 어머니도 손자 손녀 보고 싶어서 어쩌냐?

뭐 어쩔 수 없잖아.

 

 

(다음 이미지 출처)

 

위의 대화내용은 저와 20여 년 전부터 알고지내는 형과 후배의 이야기다. 누가 봐도 '기러기빠'와의 대화를 눈치를 채셨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를 느끼게 하는 전화 통화였습니다. 차마 '왜 보냈냐? 형도 거기에 가서 할 수 있는 일 찾아서 그곳에서 같이 살아라?'.라고 물어보지는 못 했습니다. 내가 그렇게 물어보지 않아도 그들의 마음은 헤집혀져서 이제 큰 구멍이 나기 직전이기 때문입니다. 가볍게 '아이는 잘 크는지? 형수나 제수씨는 잘 지내는지' 조차 물어보는 것이 조금은 망설여지는 전화통화였습니다.

 

 

 

 

외롭고 그리운 기러기 아빠.

 

그런데 이상한 것은 '너는 잘 지내지?.' 그렇게 말 하면 당사자는 그럽니다. 괜찮아. OO이 그곳에서 공부 잘하고 영어도 잘한데..라고 아빠들은 말 합니다. 항상 마음 깊은 곳에서는 '보고싶다.'라고 소리치는데 겉으로는 보고 싶다는 말은 입에 담지는 못하면서 말입니다. 40대 이상의 아버지라는 자리가 우리나라에서는 쉽지않은 자리 입니다. 퇴근 후 어둡고 빈 집안을 들어서는 것이 싫다기 보다는 아마도 자신에게 엄습하는 두려움이 더 싫어서 일 것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자신의 동선이 그려지면서 말입니다.

 

 

 

비행기만 타면 된다는 조기유학.

 

'맨땅에 헤딩하지' 라면서 떠납니다. 맨 땅에 헤딩도 안전모가 있어야 충격이 덜 합니다. 헝겁모자 하나 쓰고 가서 헤딩하면 머리 깨집니다. 과거에는 조기유학을 중학생정도 되어서 현지의 학교 기숙사나 친인척 집에서 머무르면서 지냈습니다. 이제는 취학 전 아이들과 보호자인 엄마와 함께 가는 추세입니다. 그러나보니 한국에 남아있는 것은 일하는 아빠. 돈 버는 아빠만 남습니다. 이제는 돈이 있는 집이나 없는 집이나 너도나도 빚을 내서라도 떠납니다. 그렇게 떠난 유학길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본인 일 것입니다.

 

조기유학, 우리아이에게 맞는 교육인가?.

 

우리나라 사람은 혀가 짧아서 영어가 안된다며 수술까지 합니다. 반기문 유엔총장의 발음이 좋다고 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그 사람의 영어 실력이 조기유학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은 모두 아실 겁니다. 반 총장의 영어실력은 생활에 묻어나오는 영어 이기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잘 한다고 합니다.

 

강남의 학원가에 가보면 길거리의 외제 자동차 못지않게 있는 것이 유학, 조기유학 간판이 많습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이제는 유학 박람회까지 개최하면서 조기유학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아이가 그 곳에 가서 적응은 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비행기 타고보자 식으로 가면 적응을 모두 할 것처럼 생각합니다. 부모는 적응 못 해서 다시 귀국하는 날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우연히 길거리에 만나는 사람,한다리 건너서 '누구누구 말도없이 들어왔데'라며 수근거린다.

 

자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어디서든 공부 할 녀석은 한다가 저의 입장입니다. 또한 '결핍된 환경이 아이를 강하게 만들고 성공하게 만든다.'라는 것도 저의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나가서 혼자 살아라, 책 사주었으니 알아서 공부해라'라고 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 풍족한 환경은 아이를 나태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빠의 빈 자리.

 

유학에 대해서 저는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더 넓은 곳에 가서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공부를 할 수 있는데 왜 반대를 합니까? 저 역시 찬성합니다. 그렇지만 그 시기와 여건이 허락하는 정도 내에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쪽에서는 밤만 되면 외로워서 술 한 잔 안하면 잠이 안 오고 사진첩을 옆에 끼고 사는 우리의 아빠들이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조기유학을 가야 하나요? 굳이 돈을 들여서 자식에게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게 해 줄 필요가 있는지 한번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틀리고 자녀교육에 대한 생각이 다릅니다. 이 나라에서 배우고 성장해서 자식이 필요로 할 때 원할 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는 자녀교육에 만큼은 냉철한 판단력과 분명한 자기 철학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부모 마음대로 자식을 좌지우지 하라는 말 이 아닙니다. 부모라는 큰 나무가 흔들리면 바람이 불 때 아이 옆에는 잡고 있을 나무가 없습니다.

 

형~요즘 뭐해?라고 전화를 하였지만 많은 생각을 남겼던 통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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