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아빠의 공상

결혼한 여자에게 친정엄마란..

반응형

아내: 엄마~ 내 배고프다. 밥좀줘

엄마: 그래. 배고프지.. 어여 들어온나. 내 밥 차려줄게

 

10년 조금 못되는시간동안 같이 살고있는 아내와 오래간만에 멀리 부산에서 올라오신 친정엄마의 대화의 일부분이다. 아내는 퇴근하고 집에들어오면서 엄마에게 하고싶었던 말이라고 한다. '엄마~밥주세요'.  아내의 고향은 부산이고 그곳에서 태어나 학교를 마치고 직장생활을 서울에서 하고있다. 그럭저럭 서울에 터를 잡고 살고있는게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렇게 서울에서 정착하고 오래살았으면서 사투리는 여간 고쳐지지 않는다. 특히 고향 친구나 부모님과 대화내용을 들으면 구렁이 담넘어가듯 함축된말들을 어찌나 잘도 쓰는지 옆에서 듣고있는 난 듣고 이해하려고 해도 한계가있다. 처음 부산에 인사드리러 갔을때가 생각난다. 이건 외국에가도 이정도로 못 알아 듣겠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오죽했으면 상대방 얼굴 표정만보고 이해해 보려고 했으니 말이다. 그것도 세월이 지나니 적응이되는건지 아니면 내가 알아듣게된것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어지간한 대화는 다 알아듣는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서로 맞벌이 생활을 하고있는 지금 솔직히 주위를 돌아볼 여유같은건 별로 없다. 아이가 없을때는 그래도 가끔 처가집에 안부전화도 드리고했는데 이제는 뭐가 그리도 바쁜지 속된말로 손가락이 부러지지도 않았는데 전화드리는것이 예전만치가 않다. 사위사랑은 장모라 했던가 나한테도 그런 장모님이 계시고 분에넘치는 대접과 사위에대한 장모님의 자상함을 한 몸에 받고있다. 평소에 잘 챙겨드리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그저 건강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한번이라도 더 찾아뵙지 않겠는가. 내 스스로의 위안인 셈이다.

 

 

그렇게 멀리 살고계시는 장모님이 서울에 올라오실 일이 생겼다. 평소 내 어머니가 은율이를 돌봐 주시는데 모임에서 관광여행을 3박4일여정으로 다녀오신다고 하신다. 이제는 자식들 모두 출가 시키고 여유있게 삶을 보내셔도 되실 연세이신데 손녀를 돌봐주신다. 그런 어머니가 여행을 가신다는데 당연히 보내드려야 한다. 그래서 장모님께 은율이를 몇일만 봐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아직 장인어른이 현직에서 일을 하시기 때문에 쉽게 자리를 비우기가 어렵기도 하셨는데 이번에는 흔쾌히 승낙하셨다. 은율이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생후 1년조금 못되게 처가집에서 자랐는데 그때 장모님께서 참 많이도 도와주셨다. 그런 은율이를 떠나 보낼때 역시 생살을 떼어내듯 가슴이 아프셨고 눈물도 참 많이도 흘리셨다. 이제는 일년에 두어번 정도 보는 손녀를 이번기회에 짧지만 마음껏 볼 수 있게되셨다.

 

 

얼마나 기쁘시겠는가. 올라오시기 몇일전부터 밤잠을 설치셨을것을 않봐도 그림이 그려진다. 그렇게 한걸음에 달려오셨다. 마중을 나간 나와 자신의 딸의 존재는 온데간데 없으시다. 그런 친정엄마가 아내는 마냥 좋은지 입이 귀에 걸렸다. 아내역시 친정엄마가 올라오셔서 기분이 좋은 눈치였다. 장모님은 그런 딸의 마음을 충분히 알면서도 몸은 마음대로 않되는지 도착하자마자 손녀얼굴보느라 딸은 안중에도 없다. 밥은 먹고다니는지 확인만 하시는 눈치다. 아마도 머리로는 자신의 딸을 보고싶은데 손녀를 보자 그런건 안중에도 없게 되는가 보다.

 

 

평소 아내는 서둘러 퇴근해서 은율이 데리고 집에와서 자신의 밥은 대충먹고 아이 밥 챙기고 먹이고 하느라 솔직히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시댁식구들이 주변에 포진해 살고있어서 싫다는 내색도 못하고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도 많고 소소하게 신경쓸 일도 제법 많았다. 때로는 내게 '부산에서 살았으면 싶다' 하고 말도 하지만 성사될 일이 아닌것을 알기에 희망사항으로 접어둔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총총걸음으로 바쁘게 생활하다가 친정엄마가 올라오셨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아닐까?. 마음만?.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일 것이다. 아마도 몇일 휴가내고 집에서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시장도 가고 목욕탕에가서 등도 밀어드리고 하고 싶은게 많았을 것이다.

 

 

퇴근해서 문열고 들어오면서 '엄마~ 배고파 밥좀줘~'라는 말 한마디에 어쩌면 많은것이 담겨있을것이다. "엄마 요즘 어떻게 지내?,난 요즘 이렇고 이래. 엄마 어디 아픈데는 없어?, 더 나이들기전에 놀러다니고 그래, 엄마~예전에 그거 기억나? 왜 있잖아 그거~, 엄마 오늘 외식할까? 내가 맛있는데 아는데 같이 나가서 먹자,엄마 같이 영화관에가서 영화도 보고 커피한잔도 마시고 그러자 엄마.......응?"

 

 

결혼한 여자에게있어서 친정엄마란 무엇일까? 특히나 아내같이 멀리 떨어져있어서 자주 볼 수없는 친정엄마. 솔직히 아내의 감정이나 느낌만 어렴풋이 넘겨짚어 알 뿐 잘 모르겠다.

 

 

어느새 3박4일이 하루같이 지나가버리고 장모님은 내려가셨다. 변변한 용돈도 넉넉히 드리지 못 하고 말이다. 은율이 보시는 동안 쓰시라고 식탁위에 올려놓은 돈도 쓰지 않으셨다. 오히려 얼마있으면 어린이 날인데 은율이 장난감이라도 사주라고 돈을 놓고 가셨다. 자신이 내려가면 언제 또 올라올지 모르니 가고난 후 잘먹으라고 반찬도 가지런히 만들어 놓으셨다. 냉장고에 먹을것 버릴것 나누어서 정리도 하셨다. 밀린 빨래며 옷가지들을 모두 정리하고 가셨다. 마지막으로 은율이를 어린이집에 바려다주는데 외할머니와 떨어지는게 싫어서 울어버린 은율이를 놔두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서둘러 어린이집 문을 닫고 바로 택시 잡아타고 터미널로 가셨다고 하신다.

 

 

 

 

친정엄마란.... 수 많은 물줄기가 한데모여서 한없이 한곳으로 내려오는 폭포같다. 넘쳐도 흘러내리고 물 마를새없이 흘러 내린다. 이만하면 될것같은데도 흘러내린다. 이제는 자신의 딸이아닌 손녀에게 그 물이 흘러 내린다.

-이미지출처 다음-

 

 


 

 

 


 

반응형